전세 재계약 2개월 만에 "강아지 키울 거면 이사가라" 강요하는 집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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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강아지는 키우면 안 된다"며 이사를 강요하는 집주인. 이런 경우 세입자는 집주인의 말을 따라야만 하는 걸까. /셔터스톡
A씨는 최근 2년 동안 살았던 전셋집의 계약을 갱신했다. 2년 더 같은 집에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재계약 2개월 만에 집주인 B씨에게서 '이사 통보'를 암시하는 문자를 받았다.
"앞으로는 강아지는 키우면 안 된다"는 내용이었다. 그럼에도 강아지를 키울 생각이라면, 이사를 가라는 취지였다. 하지만 전세계약서에는 '강아지를 키우면 안 된다'는 조건은 없다. 애초에 강아지를 키울 수 있는 집을 찾았었던 A씨. 갑작스러운 집주인 통보에 당황스럽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얼마 전 집주인과 있었던 갈등이 원인인 것 같다. 화장실 변기가 고장 난 문제로 B씨와 가벼운 언쟁을 벌였던 A씨. 당시 B씨는 언쟁 끝에 "강아지를 키우지 말랬는데 왜 키우냐"라며 뜬금없이 변기와 관련 없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이에 A씨는 계약서에 없던 내용이라 대꾸를 하지 않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니 B씨가 강아지를 핑계 삼아 분풀이를 하는 것 같다. A씨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계약서에 없는 내용으로 전세 계약 해지할 수 없어
사안을 검토한 변호사들은 공통적으로 "이사를 가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강아지를 키우는 것도 가능하다고 했다. 계약서에 "강아지를 키우면 안 된다"는 조건이 없기 때문이다.
공동법률사무소 인도의 안병찬 변호사는 "계약서에 반려동물 사육 금지 조항이 없는 경우라면, 세입자 A씨가 동물 키운다는 이유로 임대차 계약(전세 계약)을 해지하기 어렵다"고 했다.
계약서에 없는 내용을 바탕으로, 전세 계약을 해지하는 것은 법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는 취지다. 정현 법률사무소의 송인욱 변호사도 "집주인의 주장은 이유가 없기 때문에, 받아들이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집주인이 계속 이사 요구하면, 이사 비용 등을 손해배상 청구할 수 있어
그럼에도 집주인이 계속 강아지를 이유로 이사를 가라고 하면, 세입자 A씨는 "계약을 해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확실히 밝히는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
법률사무소 중현의 지세훈 변호사는 "집주인의 계속된 이사 요청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세입자 A씨의 입장을 정리한 내용증명을 발송해 계약 해지 의사가 없다는 점을 명확히 통지하기를 권한다"고 했다.
이러한 내용증명에는 A씨가 집주인 뜻에 따라 불가피하게 이사를 가는 것에 따른 이사비 등을 청구하겠다는 내용도 포함시킬 수 있다. 이곳에서 2년 동안 살아도 될 권리를 집주인 때문에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법률사무소 대환의 김익환 변호사는 "강아지를 키우는 것은 계약 해지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지하라"면서 "그런데도 집주인이 계약 해지를 요청한다면 세입자가 새로운 집을 구하는 데 소요되는 중개 수수료와 이사비, 기타 이로 인해 발생하는 손해의 배상을 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라"고 했다.
JLK 법률사무소의 김일권 변호사도 "집주인의 부당한 주장에 대해 내용증명을 보내서 집주인의 사유로 분쟁이 발생하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하겠다는 것을 통지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